물리학은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는 가장 정밀한 과학 중 하나다.
뉴턴의 고전역학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현대의 양자역학까지 물리 법칙은 인간 문명을 기술적으로 비약시켜온 동력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과학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물리학조차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
현실을 설명한다는 수많은 이론들은 시간이 지나며 수정되거나 폐기되기도 하고,
심지어 현재의 ‘상식’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론들도 여전히 학계에서는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물리학 이론에 의문을 제기한,
현실을 의심하게 만든 과학적 사고 실험과 반직관적 이론들을 소개하고,
그 이면에 담긴 과학계의 논쟁과 철학적 사유를 함께 살펴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실’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끝없이 검증되고 도전받는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다.
1. 음의 질량: 밀면 다가온다?
질량은 ‘양수’여야 한다는 것은 모든 물리학자들이 공감하는 상식이다.
그러나 현대 이론물리학에서는 ‘음의 질량’이라는 가상의 개념이 논의된다.
이론적으로 음의 질량을 가진 물체는 힘을 가하면 반대로 움직인다.
이를테면 뒤에서 밀면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에게 달려드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이론은 실제 실험에서 관측된 바는 없지만,
우주의 암에너지나 벌지 않는 블랙홀의 수학적 모델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만약 음의 질량이 현실에서 존재한다면, 우리가 이해하는 운동의 법칙은 전면 재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반중력 추진 기술’이나 SF에서만 보던 워프 드라이브가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2. 시간 역행: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법칙 중 하나는 ‘시간은 앞으로만 흐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물리학자들은 시간의 방향성, 즉 엔트로피의 증가가 우주의 초기 조건일 뿐이라는 주장도 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시간은 사실 물리적으로는 양방향성이며,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통계적 확률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양자역학의 일부 해석에서는 미래의 사건이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도 논의된다.
이는 인과율이라는 물리학의 기초 원리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사고다.
만약 이 주장이 맞다면, 우리는 미래가 이미 결정돼 있는 결정론적 세계에 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3. 우주의 시뮬레이션 이론: 현실은 실제가 아닐 수도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언급하며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이론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안에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이론의 기초는 현대 물리학이 디지털 정보 단위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입자 간 상호작용이 일정한 ‘비트(bit)’처럼 작동하며,
플랑크 시간, 플랑크 길이 등 물리학적 단위들이 모두 정수적 한계를 가진다는 사실이
우리가 디지털화된 구조 안에 살고 있다는 가능성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현실의 모든 물리 법칙은 프로그래밍된 규칙일 뿐이고,
물리학은 우주의 구조가 아니라 우리를 설계한 누군가의 코드 해석이 될지도 모른다.
이는 과학보다는 철학에 가까운 논의지만, 물리학계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4. 다세계 해석: 선택되지 않은 미래도 동시에 존재한다?
양자역학은 관측 이전에는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가장 유명한 예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인데,
고양이가 살아 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다가
관측 순간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 나온 ‘다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은
관측 시 다른 결과를 가진 세계가 분기되어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당신이 커피를 마신 선택과 마시지 않은 선택이 각각의 우주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해석이 맞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와
전혀 다른 선택을 한 또 다른 ‘너’가 평행우주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철학적 상상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모순 없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계속 논의된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의심’ 위에 세워진다.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법칙들은 시대가 바뀌고 관측 기술이 진보하면서 수없이 수정되어 왔다.
오늘의 상식은 내일의 오류일 수 있고, 지금의 부조리한 이론이 미래에는 가장 정밀한 법칙이 될 수도 있다.
물리학은 단지 현실을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주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과 해석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물리학이 틀릴 수도 있다’는 질문은, 어쩌면 과학의 시작점에 가장 가까운 질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