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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규제

이런 걸 왜 법으로 만들었지? 세계의 황당한 규제 해부

누군가 “껌을 씹는 것이 불법이다”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웃거나 의심부터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세계 각국에는 정말로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제약하거나 금지하는 법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규제들은 얼핏 보기에 비합리적이고 황당해 보이지만, 각 나라의 역사적 맥락, 문화적 배경, 종교적 관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결과물이다. 이번 글에서는 전 세계에서 실제로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황당한 규제’**들을 소개하고, 그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회적 목적을 반영했는지를 분석한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법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이유를 함께 들여다보자.

 

이런 걸 왜 법으로 만들었지? 세계의 황당한 규제 해부
세계의 황당한 규제 해부



🇩🇪 독일 – 자동차 시동은 환경의 적?
독일에서는 차량을 주차한 상태로 시동을 켜놓는 행위가 불법이다.
운전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주유 중에 엔진이 작동된 상태로 유지되면 최대 수백 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규제는 단순한 에너지 낭비 문제를 넘어서, 도시 대기 오염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 강국이지만, 동시에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 보호 기준을 유지하는 나라다. 공회전 금지법은 ‘이상해 보이는’ 규제처럼 들릴 수 있지만, 환경과 미래 세대 보호를 위한 장기 전략의 일부인 것이다.
즉, 차량의 작은 습관 하나도 법으로 통제함으로써 시민의 의식을 바꾸려는 시도다.

🇨🇳 중국 – 애완동물 1마리만 허용?
중국 일부 도시에서는 한 가정이 기를 수 있는 반려동물 수를 제한하는 조례가 시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한 가구당 개 한 마리만 등록할 수 있도록 한 법이 존재했다. 다견 가구는 불법으로 간주되어 벌금이나 강제 회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규제는 겉보기엔 개인 자유를 침해하는 황당한 법처럼 느껴지지만, 배경에는 급격한 도시화와 위생 문제, 유기 동물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즉, 공공 보건과 질서 유지를 위해 시민의 ‘사적 선택’까지 통제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 할 수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 – 거위에게는 술을 팔 수 없다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때로는 놀랍고도 황당한 규제들이 등장한다.
캘리포니아의 오래된 법 중 하나는 “거위에게 술을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조항이다.
실제로 거위가 바에 들어가는 일이 있을 리는 없지만, 이 법은 19세기 동물 권리 보호 운동의 흔적이다.

당시 일부 지역 축제에서 동물에게 술을 먹이는 놀이가 유행하면서, 동물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법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거의 사문화되었지만, 여전히 법전에 남아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동물의 고통까지 고려하는 법 철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 노르웨이 – 일요일엔 이불을 털 수 없다
노르웨이에서는 일요일 오전이나 이른 아침 시간에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거나 청소기를 돌리는 행위가 법적으로 제한된다.
이 법은 주말의 평온함과 이웃 간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생활 소음 규제’의 일환이다.
실제로 이를 어기면 이웃의 신고로 벌금이 부과되거나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규제는 얼핏 들으면 황당하지만, 북유럽의 개인주의적 문화와 공동체 내 갈등 예방 철학이 담겨 있다.
‘조용한 일요일’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발상은 한국 사회에서는 낯설지만, 사생활과 공동체 평온을 동시에 존중하는 문화의 산물이다.

🇧🇷 브라질 – 축구 골 세리머니 금지?
축구 강국 브라질에서조차 황당한 법이 있다.
한때 브라질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선수가 골을 넣은 후 유니폼을 벗거나 관중석으로 뛰어드는 행위가 금지되었고, 이를 어길 경우 옐로카드와 별도 징계가 동시에 부과되었다.

이 규제는 과도한 세리머니가 폭동이나 집단 난동을 유발했던 과거 사건에서 유래했다.
관중들이 세리머니에 흥분하여 선수들과 충돌하거나 기물 파손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자,
축구협회는 이를 제도적으로 통제한 것이다. 결국 “이런 걸 왜 법으로?” 싶은 장면 뒤에는,
과거의 상처와 안전 문제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숨어 있다.

누군가에겐 기묘하고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법도, 그 사회 내부에서는 절실하게 요구된 현실적 해결책이었을 수 있다.
황당한 법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사회적 충격이나 문화적 전통, 또는 국가적 가치관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다.
싱가포르의 껌 금지법도, 독일의 공회전 금지도, 브라질의 골 세리머니 규제도 결국은 질서를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이상한 법을 통해 우리는 그 사회가 무엇을 중시하고, 무엇을 두려워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웃기고 특이한 법조차도 법의 본질과 문화의 경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법이 웃길 수 있어도, 그 법을 만든 이유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