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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규제

종교 때문에 생긴 기묘한 법률들

종교 때문에 생긴 기묘한 법률들
종교 때문에 생긴 기묘한 법률들

 

법과 종교는 별개의 체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계 곳곳에서 종교가 법의 뿌리로 작용해왔다. 어떤 사회에서는 신의 계율이 곧 인간의 규범이 되었고,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는 문화 속에서는 종교적 명령이 실질적인 국가 법률로 기능했다. 그 결과, 현대적 관점에서는 기묘하거나 낯설게 느껴지는 법들이 여전히 존재하거나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종교적 신념에 의해 탄생한 실제 법률들 중 독특하고 이례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각 법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분석해본다. 단순한 일화를 넘어, 법과 믿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떤 갈등과 논리가 작용했는지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것이 이번 글의 핵심이다.

1. 🇸🇦 사우디아라비아 – 기도 시간에는 상점 문을 닫아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때 모든 상점이 이슬람의 하루 다섯 번 기도 시간(Azan)에 반드시 문을 닫아야 했다. 이 규정은 단순한 영업 제한이 아니라, 종교적 의무 수행을 강제하는 국가법의 일환이었다. 경찰은 기도 시간이 되면 순찰하며 상점 문이 열려 있는지를 확인했고, 위반 시 벌금 또는 영업 정지 조치가 뒤따랐다.
이 법은 이슬람 샤리아 법에 기반하며, 종교의 자유보다 공동체 전체가 신을 향해 동시에 움직이는 통일성을 강조하는 신정국가적 사고방식에서 탄생했다. 2021년부터는 국제적 비판과 경제 개혁에 따라 일부 완화되었지만, 지금도 많은 지역에서 사실상 자율적 의무처럼 여겨진다.

2. 🇮🇷 이란 – 금요일엔 여성은 춤을 출 수 없다
이란에서는 여성의 공공장소 춤이 종교적 금기로 간주되며, 특히 금요일에는 더 엄격히 금지된다. 금요일은 이슬람에서 거룩한 기도일로 여겨지는 날이며, 이 날의 모든 활동은 경건함과 절제를 지켜야 한다는 종교적 원칙이 존재한다.
만약 금요일에 여성들이 SNS에서 춤추는 영상을 올리거나, 공공장소에서 춤을 추면 ‘풍속법 위반’, ‘이슬람적 가치 훼손’ 등의 혐의로 체포될 수 있다.
이 법의 뿌리는 이슬람 율법 해석 중 가장 보수적인 시아파 종파의 관점에서 비롯되었으며, 신체 움직임을 죄악으로 간주하는 신학적 해석이 배경이다.
이처럼 단순한 일상 행위도, 종교적 문맥 안에서는 사회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3. 🇮🇱 이스라엘 – 토요일엔 엘리베이터도 멈춰야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토요일(샤밧)이 되면 일부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작동되며, 모든 층에 멈추는 방식으로 설정된다. 이는 유대교 정통파 해석에 따라, 샤밧에는 불을 켜거나 전기 스위치를 작동하는 것이 노동으로 간주되어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단순히 예배일의 일환이 아니라, 종교 계율이 도시의 인프라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발전한 사례다.
많은 아파트 단지와 공공 건물은 이를 위해 ‘샤밧 엘리베이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관광객이나 외국인도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 법은 종교적 순응을 일상 시스템 속에 통합시킨 대표적 사례로, 신앙이 어떻게 도시 설계와 기술 운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4. 🇻🇦 바티칸 – 이혼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바티칸 시국에서는 이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바티칸은 가톨릭 교회의 교리와 법률이 일치하는 신정 체제의 국가이며, 혼인은 하느님 앞에서 맺은 영원한 계약이기 때문에 사람이 이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본다.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이혼’이 아니라 혼인무효(annulment) 절차를 밟아야 하며, 이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가능하다. 바티칸의 이 원칙은 가톨릭 국가였던 이탈리아조차 1970년대까지 이혼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유와도 연결된다.
이처럼 종교적 신념이 사법 체계 자체를 구성하는 구조 속에서는, 현대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가 만들어진다.
‘이혼이 없는 나라’라는 현실은, 종교가 법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5. 🇲🇲 미얀마 – 불교 승려에 대한 모욕은 징역형
미얀마는 국민의 약 90%가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이며, 불교 승려는 법적으로 특별 보호 대상이다. 1990년 제정된 종교 관련 법률에는 불교 성직자에 대한 모욕이나 공격적인 발언은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SNS에서 특정 승려에 대해 비판적인 게시물을 올린 청년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 법의 배경에는 승려가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정치적 상징이기도 한 미얀마 특유의 종교-정치 결합 구조가 있다.

종교 비판조차 금지하는 구조는 표현의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종교가 법을 넘어 국가의 권위 체계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종교는 인간의 도덕과 윤리의 근간이 될 수 있지만, 그 신념이 그대로 법으로 전환되었을 때는 충돌과 억압을 낳기도 한다.
기도 시간에 문을 닫아야 하고, 춤을 출 수 없으며, 엘리베이터조차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사회는,
그만큼 신앙이 사회 구조에 깊숙이 뿌리내린 상태다.

이 글에서 다룬 종교 기반 법률들은 모두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 집단 질서의 표출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제한, 그리고 표현과 선택의 위축이 따라온다.
종교가 법이 되는 순간, 그 사회는 하나의 가치를 절대화하고, 나머지 가능성을 차단하는 위험에 노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