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권 선언은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지만, 이 원칙이 모든 국가와 사회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가 법과 문화를 지배하는 체제에서는 개인의 권리가 종교적 가치에 의해 제약되기도 하며, 때로는 완전히 사라지기도 한다.
‘신을 향한 절대적 복종’은 국가와 공동체 차원에서 신성하게 여겨질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인간 개개인의 자유, 존엄, 표현, 선택권이 침해되는 현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종교적 가치 때문에 실제로 사라지거나 무력화된 권리들을 중심으로, 그 배경과 결과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어떤 권리가 사라졌는지, 왜 그것이 용인되었는지, 그리고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법적·사회적 통찰을 함께 담았다.
1. 🇸🇦 여성의 이동권: ‘혼자 걷는 것도 불법이던 시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가까운 슈퍼마켓에조차 남성 보호자(마흐람)의 허가 없이는 혼자 외출할 수 없었다.
이 제도는 이슬람 율법에 기반한 것으로, 여성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이동 자유를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이동권은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자유 중 하나이지만, 종교가 사회의 지배적 원리로 작동하는 구조에서는 ‘여성의 보호’라는 종교적 가치가 ‘여성의 독립성’보다 우선시되었다.
사우디는 2018년에 들어서야 여성의 운전 허용과 일부 이동 제한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여성 혼자의 이동에 대한 사회적 경계가 강하게 존재한다.
2. 🇮🇳 이슬람 여성의 이혼권 박탈: 3번의 말로 끝나는 결혼
인도 내 무슬림 공동체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남성이 “Talaq”이라는 단어를 세 번 말하면 즉시 이혼이 성립되는 법적·종교적 구조가 존재했다.
이 방식은 여성에게는 사실상 이혼권이 없음을 의미하며, 많은 여성들이 부당한 이혼에 노출되고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구조에 처해 있었다.
이는 이슬람 율법에 기반한 인도 무슬림 개인법(Muslim Personal Law)에 의해 보호받아 왔으며, 2017년까지 실제로 수천 건의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고 ‘3회 탈락 이혼’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그 과정은 종교와 세속 헌법의 충돌, 성평등과 신앙의 가치 간의 격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3. 🇮🇩 성적 자기결정권: 혼전 성관계 금지는 왜 합법인가?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나라로, 2022년 개정 형법을 통해 혼전 성관계를 형사범죄로 규정했다.
해당 조항은 ‘공공의 도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두 성인이 합의하에 맺은 관계조차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법률은 종교적 가치와 도덕 규범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국제적 인권 개념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단순한 종교적 영향이 아니라, 국가 법제 내에서 종교적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종교에 기반한 사회적 규범이 법제화되었을 때, 개인의 의사와 몸의 자유는 철저히 배제된다는 사실이 이 조항에 집약되어 있다.
4. 🇮🇷 복장 자유의 상실: 히잡 거부는 체포 사유
이란에서는 모든 여성에게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를 위반하면 체포, 벌금,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법은 이슬람 혁명 이후 제정된 종교 법률로, 신앙적 경건함을 사회 전반에 강제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2022년에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경찰 구금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히잡 착용은 단순한 의복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표현권, 신체 자율권, 사회적 주체성 전체를 제한하는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사례는 종교가 법으로서 작동할 때, 그 법이 실제 사람들의 일상에 어떻게 통제와 억압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예시다.
세계 인권 선언 제18조는 “종교 또는 신념을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바꿀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수단 등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슬람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사형까지도 가능하다.
이러한 법은 배교죄(Apostasy)라는 종교적 개념에 기반하며, 신을 배반한 자는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특히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나 불교로 개종한 사람은 가족, 이웃, 국가로부터 모두 배척당하고, 법적으로도 보호받기 어렵다.
신앙의 자유는 단지 ‘믿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바꿀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되어야 진정한 자유가 된다.
그러나 종교가 법과 결합될 때, 그 자유는 공포로 대체될 수 있다.
종교는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가치를 제공하지만,
그 종교가 법이 되어 강제적 규범으로 작동할 때,
개인의 삶은 자유보다 통제의 영역에 더 가까워진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단지 ‘보수적인 국가’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종교와 인권의 충돌 지점’이며,
각 나라마다 종교적 가치와 보편적 자유가 어떻게 충돌하고,
어떻게 타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유는 신념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신념이 법이 되고, 그 법이 타인의 권리를 삭제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더 이상 자유로운 사회라 부를 수 없다.
'정보 > 규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전이 남긴 이상한 법 TOP 5 (3) | 2025.07.03 |
---|---|
전쟁이 만든 이상한 법 TOP 5 (3) | 2025.07.02 |
종교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한 사례 (4) | 2025.07.01 |
신앙과 법 사이에서 갈등한 역사적 판결들 (1) | 2025.06.23 |
종교 때문에 생긴 기묘한 법률들 (4) | 2025.06.19 |
세계에서 가장 황당한 법들, 알고 보면 다 역사 때문이라고? (1) | 2025.06.18 |
외국에서 쓰면 안 되는 한국식 행동 TOP 10-무심코 했다가 낭패 보는 문화 실수들 (5) | 2025.06.12 |
실수로 법 어긴 관광객 실화 – 여행자 법률 상식 (2) | 2025.06.10 |